2020. 3. 15. 00:01ㆍFav/movie
어릴 때 뭣도 모르고 극장판(서 파 큐 엔드오브~) 부터 봤는데, 생각해보니 tv판을 보지 않은 이상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고 아직 그럴만한 나이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번씩 다시 보고싶은 마음이 들면서 여러 리뷰를 곁들며 파헤치고야 말았던 매력적인 애니
그보단 역시 tv판을 일찌감치 봤어야 했는데... 본편을 이제서야 보고 나서 스스로 많은 걸 느끼고 쓰는 중이다
tv판 26편 전체적으로 인간의 심리와 감정 밑바닥까지 후벼파는 자아성찰적인, 철학적인 내용
후반부로 갈수록 꾸역꾸역 심해에 가라앉아 익사하는 느낌인데 호흡까지 점점 빨라지니
과연 대가리꽃밭 일상의 허튼 상태로 볼 수 있는 애니가 아니다. 적어도 이해하기 위해 보는 거면 그렇다.
울거나 웃거나 화나거나 또 진심으로 울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이 애니 지극히 킬링타임으로 본거다.
적어도 중증 우울증 상태의 사람이 보면 그렇다. 애초에 결이 맞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20화를 넘어가면서 호흡이 너무 빨라서 끝도 없이 머릿속에서 재생시켜야 했다 말이나 장면을
중간중간 개그코드가 맞는 장면들이 있어서 그나마 전환된다
그리고는.. 극장판을 먼저 보면서 해석을 못 했던 이유 중 하나가
tv판에서 넓고 깊게 다루어졌던 등장인물들 각각의 기저에 깔린 아픔의 내용을 잘 몰랐어서였다는 걸 알았다
다른 애니들은 극장판으로 축소시켜 봐도 별 무리 없었던 것들이 많아서 그랬다
또 다른 이유는 뒤바뀌거나 추가된 내용들.
그렇게 봤을 때 tv편만 봐도 괜찮겠지만, 내 경우는 극장판을 보고 아는 내용들이 tv판에 겹쳐지면서 재밌었던 거고
좀더 친절한 엔딩을 원하면 극장판들도 마저 찾아보는 게 나을 거다
물론... 참 병적이고 그로테스크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각설하고 결론적으로, 등장인물들 중의 한 명과라도 비슷한 우울이나 상처, 기억이 있으면
어느 순간 끝도 없이 빠져드는 작품이 될 거라고 느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대사와 분위기 하나하나가 엄청난 공감과 함께 정제되지 않은 우울을 갑작스레 불러오지만
학창 시절 다 끝마치지 못한 자아성찰/ 관념의 확장/ 가치관 증축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물론 그런 것들의 끝이란 게 있기야 하지도 않겠지만... 기둥 하나쯤은 더 세운 느낌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만든 작가나 감독은 얼마나 엄청난 것을 겪었길래 고찰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은 작품을 낼 수 있었는지
아니면 겪지 않고도 이렇게 후벼팔 수 정도로 원래 인간에 대해 괴물같이 객관적인 것인지 궁금함
또 그런 내용을 어떻게 일종의 메카와 결합시킬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신이나 시조란 게 워낙 인간들한테 거대하게 느껴지는 것이라 그럴까?
숭고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는 작품.
그리고 넷플릭스 자막... 오역이 너무 많아